일반시

회령팔경

참빛사랑 2017. 3. 13. 23:21



회령팔경(會寧八景)  애광 김현호


보성군 회천면 회령경로당에 <회령팔경> 편액이 걸려 있는데 언제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다. 

한시로 쓰인 원문의 제목을 따 윤문(潤文)해 보았다.



운교목적(雲橋牧笛)


구름다리 건너

산과 들 풀밭 찾아 소 뜯기다가

한나절 지나고 해가 질 무렵


배고픈 목동이 배부른 소 등 타고

삐이이 삐이이 삐삐이이 삐이

버들피리 불어대며 집으로 간다


재촉해도 소용없는 소걸음

바람결에 실어 보낸 피리 소리

아이보다 먼저 구름다리 건넌다.




허궁폭포(虛宮瀑布)


빗물에 씻긴 산빛 벽옥처럼 푸르고

삼수의 좋은 물 허궁다리 넘실넘실

계곡 따라 흐르다 폭포 이루고

저수지에 쉬었다가 바다로 가네


쏴아 쏴아 내리치는 물보라

새벽마저 흠뻑 적시니

영천에 가득한 소리

득음의 혼 일깨우네.


*삼수(三水) : 웅치면에 있는 마을 이름. 삼수의 좋은 물이 영천 계곡 상류의 허궁다리(일제강점기에 소수력발전소가 있던 곳)를 지나 허궁폭포로 영천저수지로 흘러든다.




응봉고운(鷹峰孤雲)


긴긴 여름날 응봉 위 구름 한 점

뭉게구름 새털구름 다 어디 가고

한 점 구름 홀로 떠간다


정처 없는 뜬구름

바람이 잡아다가 매봉에 달았으니

층을 이룬 봉우리 기이하구나!


*응봉 : 일림산 매봉의 옛 이름




일림모종(日林暮鍾)


황혼빛 물드는 저물녘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 있어

들려오는 소리 찾아 귀 기울이니

일림산 절집의 범종 소리네


숙연한 마음속에 여울지는 소리

때 이르면 낮과 밤이 갈리고

생과 사, 시작과 끝을 알리는

누군가 위하여 종이 울리네.




봉수단풍(鳳峀丹楓)


비단에 수놓은 듯

온 숲이 울긋불긋 황홀경이라

단풍 깊은 봉수계곡 봉황도 혹하겠네


바위틈 여기저기 물이 솟아

흐르다 흐르다가 폭포 이루고

물보라에 피어나는 일곱 빛깔 무지개




평사홍로(平沙鴻鷺)


고즈넉한 겨울바다 시린 백사장

회령포 평동 앞바다에 기러기 나네

신랑 신부 더불어 백년해로 기리는

금슬 좋은 기러기


앞서 날다 지치면 뒤따라가고

뒤따르다 힘나면 앞서서 날고

서로서로 북돋우며 창공을 나네.



오현낙조(鰲峴落照)


십 리 긴 그림자 뻗치며

매봉 고개 넉바위 너머로 황혼이 진다

자라목 길게 빼어 지는 해 넘본들

붙잡을 수 있으랴


누구나 때가 되면

지는 해 따라 홀로 재 넘을 날 있으리니

청춘이 다가기 전에 미리미리

의지할 지팡이 하나 마련해 두게


황혼의 저편 눈부시게 아름다운

천국 길 위하여.


*매봉 : 일림산의 봉우리 이름




남당어화(南塘漁火)


하늘에서 떨어진 별

밤바다에 떴나 했더니

어선의 불빛이었네

어영차 어영차 어요(漁謠) 소리


불빛 점점 가까이 훤해져 오고

어부들 흥겨운 노랫소리 파도에 밀려오네

만선이요, 오징어 낙지 전어가 만선이요

기다리던 아낙들도 얼씨구나 절씨구

덩실덩실 춤을 추네.


*남당(남댕이) : 명교 마을 서편 하수종말처리장이 있는 바닷가. 옛날 이곳에 어선이 드나들던 포구가 있었다.



 會寧八景

雲橋牧笛 운교목적 (구름다리 목동의 피리소리)

斜陽牛背笛 사양우배적 해질녘 소를 타고 피리를 부니

風送短長聲 풍송단장성 바람타고 짧고 긴소리 날리네

 

虛宮瀑布 허궁폭포 (허궁의 폭포)

靑山白雨洗 청산백우세 푸른산이 하얀 물보라에 씻기고

曉澗亂舂撞 효간란용당 새벽 계곡물 폭포소리 요란하네

 

鷹峰孤雲 응봉고운 (매봉의 구름 한 점)

長夏孤雲出 장하고운출 기나긴 여름에 구름 한 덩이 나오더니

奇峯又一層 기봉우일층 기이한 봉우리가 또 한 층 생기네

 

日林暮鍾 일림모종 (일림의 저녁 종)

細尋聲出處 세심성출처 소리나는 곳 자세히 찾아보니

寺在翠微中 사재취미중 깊숙한 산중턱에 절이 있네

 

鳳峀丹楓 봉수단풍 (깊은 골짜기의 단풍)

千林錦繡色 천림금수색 많은 숲이 비단의 경치이니

溨出七襄機 재출칠상기 어린싹이 나와 아름다운 조화를 부렸네

 

平沙鴻鷺 평사홍로 (평사의 기러기)

百年閒自在 백년한자재 오랜 세월 한가로이 메인 곳 없으니

吾與爾相隨 오여이상수 나는 여기서 너와 함께 하리라

 

鰲峴落照 오현낙조 (자라고개의 낙조)

十里橋頭路 십리교두로 긴다리 근처 길에

去來杖不閒 거래장불한 오고 가는 이 긴 그림자 끊이지 않네

 

南塘漁火 남당어화 (남당의 고깃배 불빛)

疑是殘星落 의시잔성락 새벽별이 떨어진 것일까 의심했더니

磯頭点点明 기두점점명 강가에는 점점 밝아져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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