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막탄 지푸니*
필리핀 세부 기행 - 김현호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7C 2413이 설날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우리 일행이 무안공항에 도착했을 때 드넓은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꽉 차 있었다. 설날 전에 해외로 나간 사람이 많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힘차게 날아오른 우리는 필리핀을 향해 밤새 날았다.
우리가 탄 제주항공은 보잉 737-800으로 189명이 탑승할 수 있는 기종이다.
4시간여 비행 끝에 현지시간 25일 밤11시15분 막탄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한국시간으로는 26일 0시15분이었다.
더디게 진행되는 막탄공항 입국절차를 거쳐 공항 밖에서 필리핀의 무더운 밤과 대면했다. 현지 가이드 마이클을 만나 소형버스를 타고 솔레아 리조트로 이동했다.
우리나라 1970년 대 쯤의 거리 풍경이 차창 밖으로 한 없이 이어졌다. 자정이 훨씬 지났지만 허름한 상점들엔 불이 켜져 있고 거리에 사람들이 꽤 많았다. 웃통을 벗은 남자들도 간간히 보였다. 이 나라 사람들은 잠도 자지 않는 걸까?
이윽고 사흘 동안 우리가 묵을 솔레아 리조트에 도착했다. 로비에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익숙한 모국어, 2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호텔에 한국사람 천지다.
이번 여행은 처가식구 13명이 함께한 가족여행이다. 타인 일곱이 포함된 패키지로 진행되었다. 호텔에 여장을 푼 우리는 기내식이 없었던 터라 출출한 배를 컵라면으로 채웠다. 기내식 없는 비행기는 처음이었다.
세부의 아침, 코르도바 해변으로 해가 떠올랐다. 워터파크 풀 속에 야자수 반영이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여섯 시 30분부터 10시 까지가 조식시간 이다. 로비 안쪽에 있는 식당에서 방 번호를 대면 뷔페식으로 식사 할 수 있다.
가지각색 음식들 골라먹는 재미, 여러 가지 빵이 많은 호텔 조식을 나는 참 좋아 한다. 늦게 가면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명색이 세부여행인데 본섬인 세부가 아닌 막탄에서 주로 노닐었다.
둘째 날 여행을 시작하는 아침, 가이드와 만난 우리는 창문 없는 버스 지푸니를 타고 스쿠버다이빙을 할 해변으로 이동했다.
*부켄베리아
그곳에서 한 동안 다이빙 강습을 받았다.
스쿠버 슈트를 입고 작은 풀로 들어가 묵직한 공기통을 짊어졌다. 수경을 쓰고 강사의 지시를 따라 했다. 코를 잡고 코 풀듯하면 귀가 뚫리는 느낌이 오는데 그래야 수압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 느낌이 있는 사람은 오케이 수신호를 하라고 했다. 가족 중 몇 명은 잠수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레귤레이터(호흡장치)를 입에 물고 호흡하는 방법을 배웠다.
합격 판정을 받은 사람은 쪽배를 타고 다이빙 바지선에 도착했다. 잠수를 위해 웨이트벨트(납덩이)를 차고 공기통을 짊어졌다. 처음이라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해저의 신비를 촬영할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전문 다이버를 따라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인처럼 물속을 유영했다. 훈련한 대로 레귤레이터를 통해 입으로 호흡했다. 내쉴 때 배출된 공기 방울이 줄기차게 수면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눈앞에 신비로운 해저 풍경이 펼쳐졌다. 호흡은 의외로 편안했다.
고프로 7 액션캠을 손에 꼭 쥐고 수중풍경을 담았다. 물고기 떼가 저마다의 색깔과 무늬로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한다. 물속에서 보이는 다른 다이버들이 거인처럼 크게 보였다.
멋진 바닷속을 비추는 초대형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는 듯 황홀한 느낌이 들었다.
제트보트의 아찔하고 짜릿한 스릴도 좋았지만 스쿠버다이빙은 이번 여행 최고의 체험으로 기억될 것 같다.
방카선(필리핀 전통선박)을 타고 스노클링을 위해 바다로 나갔다. 잔잔한 쪽빛바다 수평선 위로 뭉게구름이 두둥실 딱 좋은 날씨다. 스쿠버다이빙으로 바다 밑을 본 사람에겐 스노클링은 싱거운 체험이었다.
갈매기 없는 바다, 개펄이 없어 물이 맑고 깨끗하다. 우리나라 바다보다 염도가 3.5배 높다고 했다.
에어컨 붙은 버스는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할 때와 여행 끝날 만 탈 수 있었다. 트럭을 개조한 18인승 창문 없는 버스 지프니 타고 관광하는 맛은 세부 여행의 별미가 아닐까.
라푸라푸 추장 얼굴이 곳곳에 장식 되어 있는 거리의 알록달록한 벽화는 이 도시의 이미지 컬러란다.
산토니뇨성당은 지푸니 처럼 창문이 없다. 화장실 사용요금을 받아 관리비로 충당하는데 처음엔 소변과 대변 요금을 달리 했는데 소변 요금 내고 대변보는 얌체족이 있어서 지금은 똑 같이 5페소 받는다는 요금표를 붙였다고 한다.
필리핀엔 주민등록 제도가 없어 인구수를 알 수 없지만 1억2천만명으로 추정한다.
평균 수명 64세, 열악한 경제 환경 속에 살지만 행복지수는 높은 나라, 한국에서 직항기가 하루 20대 씩 들어온다는 필리핀엔 한글 간판을 단 식당들이 꽤 많았다. 과거 경제 강국 이었던 가난한 나라 필리핀 사람들은 코리안드림을 갖고 있다고 한다.
둘도 없는 친구 사이라는 62년생 부산 사나이 둘은 참으로 활달하고 유쾌한 친구들로 우리 팀을 늘 박장대소하게 하였다.
리조트 뒤쪽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던 닭이 “정각이오 정각이오” 하고 자기 이름을 부르며 울더라 해서 또 한바탕 웃었다. 아들 영롱이 너덧 살 때였다. 닭 울음 흉내 내며 “떡쩌죠 떡쩌죠” 하고 운다고 했다. 해석의 자유다.
호탕한 그는 예비역 군인이라 했다.
내가 보성에서 왔다하니 보성출신 제2작전사령관 황인권 대장과 3사 동기라며 반가와 했다.
우리가 만난 필리핀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절했다. 가난한 거리에는 트럭을 개조한 지푸니, 오토바이를 개조한 트라이시클이 뒤엉켜 혼잡했다. 아무데서나 U턴하기 일쑤 교통법규도 질서의식도 없어 보였지만 막탄 일대에서 교통사고 한 건 목격하지 못했다.
6.25 한국전쟁에 필리핀 군 7040명 파병하여 도와 준건 사실, 장충체육관을 필리핀이 지어 기증 했다는 건 팩트체크 결과 낭설이다. 실제 설계자 김정수씨의 아들 김석범 씨가 2010년 한국건축역사학회에 판정을 의뢰했고 경기대 안창모 교수가 확실하게 증명했다.
1960년대까지는 아시아의 부국이었다. 지금은 가난한 나라, 끼니가 없어도 “나는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필리핀 사람들에게서 한 가지는 배워야 할 듯하다. 세상사 행복과 불행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음을.
쌀라맛 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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