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

동행

참빛사랑 2009. 12. 22. 13:22
    동행/애광 김현호 간밤에 눈 내려 백설로 환한 아침 따끈한 차 보온병에 끓여 담고 평생 짝꿍 복덩어리 함께 세 살배기 트라제 몰아 서울로 간다 조심조심 기럭제 넘고 엉금엉금 열가제 넘어 순천에서 은강을 싣고 구례에서 여산을 싣고 서울로 간다 산과 들과 지붕 위에 흩뿌려진 하얀 떡가루 환상적인 지리산 설경 차창 밖이 온통 그림 중년의 가슴도 벅차게 한다 한 때 가수였던 도인 같은 지리산 농사군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도 부모를 키운다 했다 흔적도 없이 쓸려가 버린 집 터만 남았던 그때의 소회 산삼이 똥이 된 사연 잔잔히 쏟아 내는 들풀 같은 삶의 철학 한울 행사장 충무아트홀 향해 네비양의 자상한 목소리 따라 성냥갑 즐비한 서울 남산을 휘돌아 용산을 지난다 늘 눈에 밟히던 비극 용산은 아직도 냉동실에 있는데... 차가운 서울 날씨 총총걸음으로 오가는 사람들 나그네 인생길에 모두가 동행 아닌가? 2009.12.18. *은강 : 이형순 시인의 호 *여산 : 호남지회 출판기념회 축가를 했던 김동관 님의 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