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수표/ 애광 김현호
진 밤색 중절모를 쓴
노신사가 말없이 건네 준
난생처음 보는 두 장의 수표
42로 시작되는 주민번호와
유효기한 일주일
어떻게 써야 할까
얼마를 써 넣을까
선뜻 마땅한 숫자가
생각나지 않는다
수리에 어두운 탓이리라
적당한 답을 찾지 못하고
생각의 꼬리만 잡고 있을 때
모닝콜 손전화 벨이 울리고
TV를 켰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 도요타가 적자란다
국산차도 걱정이 태산
주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백 억대 미성년 부자가
우리나라에 여덟 명이란다
백지수표 금액란에
써 넣을 숫자가
생각났다.
200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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