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포에서 / 애광 김현호
윤슬 고운 날, 바다는
하얀 파도 손으로
모래밭 주물러 땡볕에 말린다
너와 나 항꾸네
물기 걷힌 백사장 맨발로 거닐다
고운 모래판에 이름을 쓴다
나는 너의 이름
너는 나의 이름
밀려오는 파도에
흔적 없이 사라질 줄 알면서도
그 이름 바라보며
하하 웃는다
너와 나의 이름
무수한 발자국까지
지워버리고 마는 바다는
거대한 지우개
청춘은 늙지도 않고
아파도 청춘은 아름다운 것
물 지우개 휩쓸고 지나간 자리
그 자리에 그대 이름
다시 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