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
애광 김현호
한 친구가
지구별 여행을 중단하고 떠났다
따로따로 만나면 구별하기 쉽지 않은
쌍둥이 빌딩 같이 똑 닮은 친구 중 하나
그 빌딩 하나가
내 가슴 속으로 무너져 내렸다
평생을 어부로 살았던 그 친구
투박한 손에서 전해지는 따듯한 체온
이제는 다시 느낄 수 없다
술이 거나한 날 어쩌다 마주치면
내 손 붙잡고 늘 미안하다고 말하던
내게 미안해할 일 하나 없는
과묵한 그 친구
이제 와 생각하니 내가 미안하구나
더 살갑게 더 가까이 대하지 못한
내가 미안하구나
내 즐기지 않는 술이지만
같이 한잔하면서
빈말이라도 주고받으며
껄껄 웃을 걸
친구
이제 갓 이순인데.
2017.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