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이 감자꽃이었다
내 피붙이는 아니지만
좋아하는 형이라고 지인에게
나를 소개하던 아우
올곧은 소신으로 살던
그의 생각처럼 세상은
술술 풀리지 않았다
오래전 어느 날
영혼이라도 팔고픈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다
영혼이라도 팔아먹고 싶은 때가
난들 왜 없었겠나
연둣빛 신록 생기 넘치는 봄
감자꽃 아직 피지 않았는데
훌쩍 본향으로 떠난 아우
세월 지나면 잊힐지라도
감자꽃 필 무렵이면
생각날 것이다
기타 치며 부르던 찬양
우렁찬 그의 목소리
그의 너털웃음.
2017.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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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고품을 알어? /애광 김현호
사랑 고픈 사람은 그리움에 울고
배고픈 사람은 설움에 운다
설움 중에 설움이 배고픈 설움
눈물 젖은 빵마저도 사치로운 것
가루죽도 여유롭지 못한 끝없는 나락
막막하고 기막힐 땐
양심이라도
육신이라도
영혼이라도
팔고싶은 생각 굴뚝같지만
어디 그게 팔리는 물건인가?
하늘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 해도
영혼만은 팔 수 없는 것
영혼은 천하보다 귀하고
무엇보다 영혼은 내 것 아니니
함부로 팔 수 없는 것
함부로 팔아선 안 되는 것
그것이 영혼
누구라도 어찌할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
아름답게 보존해야 할
주님의 소유.
2002. 11. 5.
*절박할 땐, "영혼이라도 팔고픈 생각이 든다"는 말을 들었다.
엄청난 폭탄선언이었다. 며칠 동안을 그 말이 뇌리에서 맴돌았다.
눈물 젖은 빵을 경험한 나로선 공감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아아~ 사노라면 영혼 마저 팔고 싶은 절박함이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