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성문화 27호가 발간되었다.
지역문화 중심센터 보성문화원(원장 김현진)에서 1989년부터 발간해오고 있는 연간집 「보성문화」27호에는 2018 보성문화원 이야기, 보성군 국가지정 보물, 보성의 역사, 보성을 빛낸 인물, 해외 답사기, 우리 고장 답사기, 문화논단, 다향인의 시와 수필, 2018 다향백일장 입상작 등이 실렸다.
보성문화원은 지난해, 전국 231개 문화원에서 우수문화원으로 선정되어 수상하는 등 3보향 보성의 향토문화 창달과 지역주민의 문화 욕구 충족을 위한 문화콘텐츠 개발 사업을 활발하게 펼쳐오고 있다.

*뒤쪽이 100만 평의 철쭉군락지가 있는 일림산이다. 이 산과 산 아래 곳곳에 회령팔경이 있다.


*보성문화 27호 P166~171 게재된 회령팔경






회령팔경(會寧八景)
김현호
보성군 회천면 회령경로당에 걸려 있는 <회령팔경> 편액, 그 동안 알 수 없었던 작자를 2020.7. 보성향교 서고에 있는 회령경로당지에서 회령팔경 원문과 작자 문정환文珵煥을 확인하였다.
한시로 쓰인 원문의 제목을 따 윤문(潤文)하였다.
운교목적(雲橋牧笛)
구름다리 건너
산과 들 풀밭 찾아 소 뜯기다가
한나절 지나고 해가 질 무렵
배고픈 목동 배부른 소 등 타고
삐이이 삐이이 삐삐이이 삐이
버들피리 불어대며 집으로 간다
재촉해도 소용없는 소걸음
바람결에 실어 보낸 피리 소리
아이보다 먼저 구름다리 건넌다
*운교 : 명교와 회령 사이에 있는 다리
허궁폭포(虛宮瀑布)
빗물로 씻긴 산빛 벽옥처럼 푸르고
삼수*의 좋은 물 허궁다리 넘실넘실
계곡 따라 흐르다 폭포 이루고
저수지에 쉬었다가 바다로 간다
쏴아 쏴아 내리치는 물보라
새벽마저 흠뻑 적시고
영천에 가득한 소리
득음의 혼 일깨운다.
*삼수(三水) : 웅치면에 있는 마을 이름. 삼수의 좋은 물이 영천 계곡 상류의 허궁다리(일제강점기에 소수력발전소가 있던 곳)를
지나 허궁폭포, 영천저수지로 흘러든다
응봉고운(鷹峰孤雲)
긴긴 여름날 응봉 위 구름 한 점
뭉게구름 새털구름 다 어디 가고
한 점 구름 홀로 떠간다
정처 없는 뜬구름
바람이 잡아다가 매봉에 달았으니
층을 이룬 봉우리 기이하구나!
*응봉 : 일림산 매봉의 옛 이름
일림모종(日林暮鍾)
황혼빛 물드는 저물녘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 있어
들려오는 소리 찾아 귀 기울이니
일림산 절집의 범종 소리네
숙연한 마음속에 여울지는 소리
때가 이르면 낮과 밤 갈리고
생과 사, 시작과 끝을 알리는
누군가 위하여 종이 울리네
봉수단풍(鳳峀丹楓)
비단에 수놓은 듯
온 숲이 울긋불긋 황홀경이라
단풍 깊은 봉수계곡 봉황도 혹하겠네
바위틈 여기저기 물이 솟아
흐르다 흐르다가 폭포 이루고
물보라에 피어나는 일곱 빛깔 무지개
평사홍로(平沙鴻鷺)
고즈넉한 겨울바다 시린 백사장
회령포 평동 앞에 기러기 나네
신랑 신부 더불어 백년해로 기리는
금슬 좋은 기러기
앞서 날다 지치면 뒤따라가고
뒤따르다 힘 나면 앞서서 날고
서로서로 북돋우며 창공을 나네
오현낙조(鰲峴落照)
십 리 긴 그림자
매봉* 고개 넉바위 너머로 황혼이 진다
자라목 길게 빼어 지는 해 넘본들
붙잡을 수 있으랴
지는 해 따라 때가 되면 누구나
재 넘을 날 있으리니
청춘이 다 가기 전에
의지할 지팡이 하나 마련해 두게
황혼의 저편 눈부시게 아름다운
천국 길 위하여
*매봉 : 일림산의 봉우리 이름
남당어화(南塘漁火)
하늘에서 떨어진 별
밤바다에 떴나 했더니
어선의 불빛이었네
어영차 어영차 어요(漁謠) 소리
불빛 점점 가까이 훤해져 오고
어부들 흥겨운 노랫소리 파도에 밀려오네
만선이요, 오징어 낙지 전어가 만선이요
기다리던 아낙들도 얼씨구나 절씨구
덩실덩실 춤을 추네
*남당(남댕이) : 명교 마을 서편 하수종말처리장이 있는 바닷가. 옛날 이곳에 어선이 드나들던 포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