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

촛불은

참빛사랑 2008. 8. 19. 22:22

 

촛불은 / 애광 김현호

 

미국산 쇠고기가 싫다고
소녀들이 맨 처음 촛불을 들었을 때
아이들이 뭘 알아
괴담에 휘둘린 철부지의 불장난이라 여겼다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광우병 쇠고기를 먹일 수 없다는
본능 같은 절박함으로 유모차부대까지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섰다

 

한 때 촛불은
장맛비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도도한 빛줄기로 강을 이루었고
촛불진압 의경이 헬멧 속에서
소리 없이 울다 울다가 양심선언을 했다

 

거리의 촛불이 잦아든 듯 꺼진 듯
사람들의 가슴속에 옮겨 붙어 있지만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은
확보되지 않은 채 들어오고 있다

 

육십 육억 칠천만의 인구 중에서
확인된 인간광우병은 이백명 남짓
벼락 맞아 죽을 확률 같은 미미한 수치라지만
천하보다 귀한 생명에 관한 것이기에
그리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백 수 십 명의 인간 광우병이 실존했던
영국에서 살다 온 사람은
헌혈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은
만의 하나 천의 하나 인간의 존엄성마저 파괴하는
광우병의 확산을 예방하자는 방책일 것이다

 

촛불은 분명 노랑색인데
혹자는 빨갛다고 우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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