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풍뎅이의 일생 / 애광 김현호
벌거숭이 애벌레로
너를 처음 입양했을 때
사실 좀 징그러웠다
썩은 나무를 갉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는 너를
하루에도 수 없이 들여다 보다
정이 들어 사랑스러웠다
사랑의 열매
알로 보름이 지나며
일령 애벌레로 한 달
이령 애벌레로 또 한달을 지나면
허물을 벗고 삼령의
토실한 애벌레로 여섯 달을 살면서
비옥한 땅
초목의 흐뭇한 양분을 위하여
생의 사분의 삼을 몫 지어 살았다
우화를 거쳐
장수처럼 힘센 성충으로
윤기 흐르는 검은 외투에
창공을 날 수 있는 멋진 날개를 달고
나무의 진액과 과일을 먹으며
성스러운 허니문을 지나고 나면
종족보존을 위하여
십여 개의 알을 남기고
흙으로 돌아간다
썩은 나무를 뜯어 먹고
팥알만 한 거름을 수 없이 만들어 내는
천연비료공장이었다
쓰러져 죽어 흉물스런 나무를
흙으로 되돌리는 위대한
환경미화원이었다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