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

소녀의 사진

참빛사랑 2008. 8. 30. 10:09
        소녀의 사진 / 애광 김현호 열 일 곱해 전 초등학교 졸업식 날 우등상을 탄 소녀가 있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고 집에 홀로 있던 어는 날 백발의 사진사가 소녀의 집을 찾아와 사진 값 삼백 원을 달라며 내민 사진 속엔 상 받는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진 값이 없다고 하자 그 사진사는 공부만 잘하면 무엇해 이렇게 손해를 끼치면 되겠느냐며 사진을 찢어 도랑에 팽개쳐 버리고는 휑하니 자전거를 타고 사라져버렸습니다 소녀는 조각난 사진을 주워 한 조각 한 조각 찬밥덩이 밥풀로 붙여 책 속에 끼워두고 힘겹고 어려울 때마다 꺼내보았습니다 원망과 오기 상처를 삭히며 이를 악물고 살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만학 만삭의 몸으로 대학졸업을 하던 날 뭐든 소원을 말하라는 남편을 앞세우고 고향읍내 그 때 그 사진관을 찾아 갔습니다 허름한 옛 모습은 간데없고 이름만 그대로 깔끔하게 단장된 사진관엔 벽마다 사진이 걸려있고 기둥 한 가운데 큼직이 걸려있는 흑백사진 한 눈에 보아도 알 수 있는 자신의 사진이었습니다 백발의 사진사를 물었을 때 말쑥하게 차려입은 젊은 사진사는 혹시 저 사진의 주인공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백발의 사진사는 그의 할아버지 시고 언젠가 저 사진의 임자가 찾아오면 주라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사진을 걸어 두셨는데 두 해 전에 세상을 떠나셨답니다 자신이 그 사진의 주인공이라 밝히지도 못한 채 눈물을 감추며 남편의 등을 떠밀어 그 사진관을 나왔습니다
        어린마음 응어리진 상흔과 한이 순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2008.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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