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사진 / 애광 김현호
열 일 곱해 전
초등학교 졸업식 날
우등상을 탄 소녀가 있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고
집에 홀로 있던 어는 날
백발의 사진사가
소녀의 집을 찾아와 사진 값 삼백 원을
달라며 내민 사진 속엔
상 받는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진 값이 없다고 하자
그 사진사는 공부만 잘하면 무엇해
이렇게 손해를 끼치면 되겠느냐며
사진을 찢어 도랑에 팽개쳐 버리고는
휑하니 자전거를 타고 사라져버렸습니다
소녀는 조각난 사진을 주워
한 조각 한 조각
찬밥덩이 밥풀로 붙여 책 속에 끼워두고
힘겹고 어려울 때마다 꺼내보았습니다
원망과 오기 상처를 삭히며 이를 악물고 살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만학 만삭의 몸으로 대학졸업을 하던 날
뭐든 소원을 말하라는 남편을 앞세우고
고향읍내 그 때 그 사진관을 찾아 갔습니다
허름한 옛 모습은 간데없고 이름만 그대로
깔끔하게 단장된 사진관엔 벽마다 사진이 걸려있고
기둥 한 가운데 큼직이 걸려있는 흑백사진
한 눈에 보아도 알 수 있는 자신의 사진이었습니다
백발의 사진사를 물었을 때
말쑥하게 차려입은 젊은 사진사는
혹시 저 사진의 주인공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백발의 사진사는 그의 할아버지 시고
언젠가 저 사진의 임자가 찾아오면 주라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사진을 걸어 두셨는데
두 해 전에 세상을 떠나셨답니다
자신이 그 사진의 주인공이라 밝히지도 못한 채
눈물을 감추며 남편의 등을 떠밀어
그 사진관을 나왔습니다
어린마음 응어리진 상흔과 한이
순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2008.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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