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의 봄/애광 김현호
그 섬에 가고 싶을 때
이제는 배를 타지 않아도
오갈 수 있으니
소록도에 소통의 봄이 오는가
피붙이 앞에서조차
천형(天刑)의 죄인으로 내몰리던 시절
정든 고향산천 떠나
유년의 추억 가슴에 묻고 살아온
통한의 세월
보리피리 소리
바람결에 섞여 들려오는
환장하게 그리운 봄날
부모 형제 정든 고향
보고파 보고파서
얼마나 울었을까?
애환의 눈물
피와 땀
한 서린 그들의 천국
사슴 닮은 작은 섬
중앙공원 수목들이
봄빛으로 싱그럽다
28세 눈푸른 간호사
한센인의 친구로
40년 안팎의 세월을 살다가
꽃다운 청춘
할머니가 되어 떠나며
헤어지는 아픔을 드릴 수 없어
말없이 떠납니다
사랑과 존경에 감사하며
마음아프게 해 드린 일에 대해
미안함과 용서를 빕니다
항상 기도 안에서 만납시다
한 장의 편지를 남기고
조국 오스트리아로 떠난
마리안느와 마가렛
저들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소록도(小鹿島) 전남 고흥군 도양읍에 소속된 섬, 1916년5월17일 일제강점기에 한센병 환자의 격리수용시설로
개원되었다 .
설송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