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의 꿈 / 애광 김현호
다투어 토라진 부부처럼
등 돌린 채 물 위에 떠 있는
한 쌍의 오리는 말이 없고
모조품 조각이다
아니다, 헤엄은 못 쳐도
움직이지 않느냐 로봇이다
바라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분분하다
움직임을 보아하니
살아있는 게 분명한데
보아도 보아도 씻고 보아도
헤엄치지 않는다
헤엄치지 못한다
청문회 증인에게
물갈퀴 오리발
빼앗겨 버렸는지
팔아넘겨 버렸는지
헤엄조차 칠 수 없어
망연자실 멀뚱멀뚱
못 위에 뜬구름만
바라보고 있다
집오리의 꿈은
백조처럼 멋지게
하늘을 나는 게 아니다
그저 연못에서 평화롭게
헤엄치며 살아갈 수 있는
오리발을 되찾는 것이다
오리무중 같은 세상
오리발은 오리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로
순리대로 제자리 찾아서 가면
집오리의 꿈
푸른 하늘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려나.
2009. 6.27. 순천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