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

집오리의 꿈

참빛사랑 2009. 6. 28. 08:18

 

집오리의 꿈 / 애광 김현호 


다투어 토라진 부부처럼 
등 돌린 채 물 위에 떠 있는 
한 쌍의 오리는 말이 없고 

모조품 조각이다 
아니다, 헤엄은 못 쳐도 
움직이지 않느냐 로봇이다
바라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분분하다 

움직임을 보아하니 
살아있는 게 분명한데 
보아도 보아도 씻고 보아도 
헤엄치지 않는다 
헤엄치지 못한다 

청문회 증인에게 
물갈퀴 오리발 

빼앗겨 버렸는지 
팔아넘겨 버렸는지 

헤엄조차 칠 수 없어 
망연자실 멀뚱멀뚱 
못 위에 뜬구름만 

바라보고 있다

집오리의 꿈은 
백조처럼 멋지게 
하늘을 나는 게 아니다 
그저 연못에서 평화롭게 
헤엄치며 살아갈 수 있는 
오리발을 되찾는 것이다 

오리무중 같은 세상
오리발은 오리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로 
순리대로 제자리 찾아서 가면 
집오리의 꿈 
푸른 하늘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려나.

2009. 6.27. 순천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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