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가는 길/애광 김현호
한라산 안개
제주에 갈앉아
해 맑은 성판악 이른 아침
오름길 따라 오르다
사라악 약수터
시원한 물 한 모금
이마의 땀을 씻고 쉬었다가
신록으로 눈부신 산길을
오르고 또 오른다
천구백오십 미터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
오르고 또 올라도
정상은 멀기만 하고
훈련되지 않은 내 다리
이토록 힘겨운데
가뿐이 날으며 노래하는 산새
새처럼 자유로운 너
나비처럼 가벼운 너는 좋겠다
산새야 나비야
너희는 좋겠다
살아 싱그러움으로
천 년을 지나는 구상나무야
죽어 앙상한 채로
천 년을 지나는 구상나무야
죽음이 결코 끝이 아님을
살아있다는 것과 죽는 것이
거룩한 섭리 안에 있음을
가르치는구나
사람은 더불어 사는 것
대신 짐을 져 준 사랑의 손길
일행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안개 몰려왔다 사라질 때
순간순간 드러나는 백록담
신비로운 탐라, 천상의 풍광을
어찌 눈에 담을 수 있었으리
어찌 가슴에 품을 수 있었으리.
2009. 6. 5.
*성판악(城板岳)해발 750 미터
*한라산(漢拏山)해발 1,950 미터
*백록담(白鹿潭) 한라산 정상의 분화구(둘레 3Km)
*탐라 (耽羅) 제주도의 옛 이름
*오름 : 산, 산봉우리의 제주 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