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애광 김현호
절박한 역사의 현장
시대의 고비마다 촛불은
광장에서 심장에서 불꽃같이 타올라
어둠을 밝히고 있다
역사의 어둠 짙었을 때
마음속에 불을 밝힌 이
어디 나뿐이랴 너뿐이랴
한 번도 광장에서
촛불을 들어 보지 못했지만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하신 말씀 새기며
부활절 새벽마다 촛불을 밝혔으니
정녕 나도 촛불이었네
노도 같은 군중의 함성 속에
촛불의 물결이 연출하는 밀물과 썰물
시청 앞 광장에서 청계광장에서
서울역 광장에서 역동의 파도가 인다
얼마나 더 큰 목소리로
얼마나 더 큰 간절함으로 부르짖어야
민주를 만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뜨겁게 타올라야
얼마나 더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
민주와 다시 포옹할 수 있을까?
손에 손에 들린 촛불에서
눈물 같은 촛농 흘러내린다
뜨거운 눈물 없이 어찌
이 깜깜한 어둠을 밝힐 수 있으랴
타는 목마름 없이 어찌
빼앗긴 민주를 되찾을 수 있으랴
광장의 촛불은 비바람으로 끌 수 있을지언정
심장에 켜진 촛불은 밤하늘의 무수한 별과 같아서
아스라이 먼 하늘 도도히 흐르는 미리내 같아서
꺼지지도 사라지지도 않으리라
새날이 오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