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

한없이 미안하구나

참빛사랑 2014. 5. 8. 14:26

한없이 미안하구나/애광 김현호

 

봄꽃들이 시샘하듯 세월을 앞당겨 피어나는
유난히도 아름다운 봄
그 봄 바다에 들뜬 가슴 천진난만을 싣고
세월호 타고 떠난 수학여행길

 

침몰소식에 철렁 내려앉은 가슴
전원구조 소식에 안도의 한숨 내쉬었더니
이게 웬 말이란 말이냐?
웬 청천 병력이란 말이냐?

 

뒤죽박죽 대책 없는 대책본부
우왕좌왕 헤맬 때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고 흘러만 갔다
안전불감증에 무디어진 양심 돈만 밝히는 탐욕
나라의 어처구니없는 재난관리 시스템
초동 절호의 찬스 정조 시간마저 허송해 버린
무능한 우리 어른들이 생때같은 너희를 죽였구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너희의 꿈과 미래를
잔인하게 빼앗아 깊은 물 속에 처박았구나
미안하다 미안하다 한없이 미안하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절망과 한숨 속에
실낱같은 희망마저 물밑 선실에 가두었구나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가슴 졸이며 안타까움에 울던
수많은 사람의 염원은 물거품이 되고
이런저런 연유로 다이빙벨 소리 제대로 울려보지 못하고
속절없이 너희를 보내었구나
보배로운 섬 진도 앞바다에서 보배 같은 너희를 잃었구나

 

분통 터지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여러 날이 지나고
생사의 기로에서 한 줄 희망의 끈을 부여잡을 기력조차 다하여 갈 때
한 엄마가 세월호 가라앉은 바다를 바라보며 아이를 타이르듯 중얼거렸다
 
"○○야, 그만 버티고 가거라 살아있어도 구해줄 것 같지 않아.
그만 가서 쉬어 깜깜한 데서 춥고 배고프잖아. 엄마가 곧 따라가서 안아 줄게."

 

아~
얘들아 미안하다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선내에서 기다리라! 가만히 있으라 말 잘 듣는 착한 너희를
구해내지 못한 어른들이 미안하구나! 참으로 미안하구나


야속한 세월이 맹골수도 물살처럼 빠르게 흘러
세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해도
너희를 가슴에 묻고 살아갈 엄마 아빤 어찌할거나
봄꽃 피어 아름다운 4월 만물이 소생하는 약동의 4월이
어찌 이리도 잔인하단 말이냐?

 

못다 핀 꽃, 꽃보다 아름다운 너희
이제 기약 없이 기다리지 말고 가만히 있지만 말고 날개를 펴라
어둠도 없고 슬픔도 없는 기쁨의 나라
갖가지 꽃으로 향기로운 아름다운 꽃동산에
다시 살아나 나비처럼 훨훨 날아라
팽목항에 매달린 무수한 노란 리본처럼 힘차게 나부끼어라

 

이제 우리는 야속한 세월, 눈물과 탄식 거두고
잘잘못을 헤아려 어처구니없는 일 재발하지 않도록
잊혀진 역사로 반복되지 않도록
참혹한 이 땅의 세월을 똑똑히 기억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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