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

달 따기

참빛사랑 2015. 3. 24. 22:18


달 따기 /애광 김현호

(전라도 버전)


숯검댕이 하늘에

은가리 삐래농것 맨키로

빤짝거리는 별밭 핸비짝    

땅재 우게 달이 걸려 있는디


영락없이 손에 잽힐 성 싶은 

초생달이 하도 낮찹게 떴길래 

따다가 임자 줄락 했드만 

간짓대가 쪼깐 짤루와서 

못 따 것구마


달을 따가꼬 망태에 담어다가

쩌 건네 불 못 키는 순이 엄니 방에 

바느질하게 달아 디리자던 

옛날 아그덜 노래가 뜽금없이 생각켜서


낫살이 들어도 늙지 않는 애린 맘 탓에

씨잘대기 없는 생각인지 암시롱도

별빛 허벌나게 쏟아지는 이 달밤에

신세기체조를 하고 있능갑다   




달 따기 /애광 김현호

(표준어 버전)

 

숯처럼 까만 하늘에

은가루 뿌려 놓은 것처럼

반짝거리는 별밭 한쪽

땅재 위에 달이 걸려 있는데


틀림없이 손에 잡힐 것만 같은

초승달이 아주 낮게 떠 있기에

따다가 마누라 주려 했더니

바지랑대가 조금 짧아서

따지 못 하겠네


"달을 따다 망태에 담아다가

저 건너 불 못 켜는 순이 엄마 방에

바느질하게 달아 드리자"던

옛날 동요가 뜬금없이 생각나서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 동심 탓에

쓸데없는 생각인줄 알면서도

별빛 수없이 쏟아지는 이 달밤에

신세기체조를 하고 있는가


*땅재 : 전남 보성군 회천면 율포마을 뒷동산을 일컬음.

*신세기체조 : 재건체조-신세기체조-국민체조는 우리나라 체조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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