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따기 /애광 김현호
(전라도 버전)
숯검댕이 하늘에
은가리 삐래농것 맨키로
빤짝거리는 별밭 핸비짝
땅재 우게 달이 걸려 있는디
영락없이 손에 잽힐 성 싶은
초생달이 하도 낮찹게 떴길래
따다가 임자 줄락 했드만
간짓대가 쪼깐 짤루와서
못 따 것구마
달을 따가꼬 망태에 담어다가
쩌 건네 불 못 키는 순이 엄니 방에
바느질하게 달아 디리자던
옛날 아그덜 노래가 뜽금없이 생각켜서
낫살이 들어도 늙지 않는 애린 맘 탓에
씨잘대기 없는 생각인지 암시롱도
별빛 허벌나게 쏟아지는 이 달밤에
신세기체조를 하고 있능갑다
달 따기 /애광 김현호
(표준어 버전)
숯처럼 까만 하늘에
은가루 뿌려 놓은 것처럼
반짝거리는 별밭 한쪽
땅재 위에 달이 걸려 있는데
틀림없이 손에 잡힐 것만 같은
초승달이 아주 낮게 떠 있기에
따다가 마누라 주려 했더니
바지랑대가 조금 짧아서
따지 못 하겠네
"달을 따다 망태에 담아다가
저 건너 불 못 켜는 순이 엄마 방에
바느질하게 달아 드리자"던
옛날 동요가 뜬금없이 생각나서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 동심 탓에
쓸데없는 생각인줄 알면서도
별빛 수없이 쏟아지는 이 달밤에
신세기체조를 하고 있는가
*땅재 : 전남 보성군 회천면 율포마을 뒷동산을 일컬음.
*신세기체조 : 재건체조-신세기체조-국민체조는 우리나라 체조의 변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