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산길의 백룡
애광 김현호
용을 보았다
해마다 사월쯤에 주암호에서 나오는 백룡
자그마치 길이가 십 리 하고도 오 리나 된다
그 용은 죽산길을 따라 굽이치며 천봉산으로 기어오르고
사람들은 걸어서, 혹은 자동차를 타고
용의 뱃속으로 들어간다
나도 사람들을 따라 용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 사진을 찍는다
찰칵 소리와 함께 환한 얼굴이 스마트폰 화면에 담긴다
제 발로 들어와 용에게 먹히고도 탄성을 지르는 사람들
먹히고도 먹힌 줄 모른다
봄마다 그 용은 승천하려 용을 쓰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죽산천 거슬러 오르지 않고
죽산길 따라가다가
하얀 비늘이 다 벗겨져 죽고 만다.
*천봉산(天鳳山):보성군 문덕면에 있는 산(해발 609m)으로 천년고찰 대원사를 품고 있다. 죽산로 옆 죽산천이 대원사를 지나 주암호로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