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바위/애광 김현호
사리 때가 되어야
떠오르는 갯바위
보름과 그믐, 물 날 때마다
그 바위 찾아갔다
보름달처럼
연정 차오르던 날
치맛자락 걷어 올려
허리춤에 여미고
허연 종아리 맨발로 개펄에 들었다
뭍에서 바위까지 이어진 발자국
장화처럼 뻘 속에 박혔다
고기잡이 나갔다가
오지 않는 총각, 정혼한 임 그리며
바다 저편 득량도 물끄러미 바라보다
갯바위 얼싸안고 자라는 청각을 뜯었다
쏴아 쏴아 거리던 파도 소리마저 잦아들고
끝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장화에 물이 차오르는 줄 모르고
밀물에 갯바위 가라앉는 줄도 모르고
청각만 뜯다가 총각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미끈한 다리 청각 색깔 비늘로 싸인
인어가 되어 바다로 갔다.
*처녀 바위 : 율포솔밭해수욕장 동쪽, 동율항 등대에서 서쪽으로 100여 미터 즘에 있는 여 같은 갯바위로 유독 그 바위에만 청각이 자랐다고 한다. 옛날, 한 처녀가 물이 드는 줄도 모르고 청각을 뜯다가 물이 차올라 나오지 못하고 죽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 후 사람들은 그 바위를 일컬어 처녀 바위라 했다. 물이 아주 많이 나는 보름과 그믐, 사리 때에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