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참빛사랑 김현호의 등단시 5편

참빛사랑 2007. 10. 4. 10:27
보성차밭 / 김현호

산허리 굽이 따라 펼쳐진 
카키색 투박한 골덴
 
계절을 가림 없이 
생명의 빛, 희망의 빛깔로 늘 푸르다
 
뽀얀 해가림 드리우는 아침이면 
너울 속 신부의 얼굴처럼 생기가 돌고 
시리지 않은 초록으로 더욱 곱다
 
차밭 사이길, 삼나무 숲길 따라 거니노라면 
차 우림 없이도 마시는 하늘엔 
차향으로 상큼하다
 
마음 동하는 날 다시 찾아와 
세파에 찌든 심신 헝클어진 타래 
차밭 고랑 따라 곱게 빗질하리라 

 
아름다운 황혼을 위하여  /김현호
 
신의 영역인데
게놈지도 완성되었다 한들
생로병사의 비밀을
어찌 다 알 수 있으랴
 
원하지 않아도 찾아 오는 질병 중에
노망이라는 이름의 치매로 하여
 
내가 나를 잃고
내가 너를 잃고
내가 주님을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주님은 나를 기억하시리니
 
두려워 말라
놀라지 말라
 
책을 읽으며
시금치빛깔 초록의 채소
밭에서 나는 고기 콩이며
뇌를 닮은 호두를 즐겨먹고
 
범사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멀리하고
적당히 움직이며 사노라면
 
빛 고운 날
서산에 지는 황혼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노년의 날을 향유하리니
 
 
 
 
보리라 /  김현호
 
원하지 않았는데
나의 창에 붉은 커튼이 쳐졌다
 
몸이 천 냥이라면 눈이 구백 냥
그 소중함을 알게 하시려고
내게도 유행 따라 선물로 주셨다
 
그 분께서 내게 주신 시간
혈안 되어 허탄한 것 찾아 헤맸는지
나를 돌아보게 하신다
 
때론 흐릿하고 눈물나고
저절로 눈물 흘리게 하심은
고귀한 눈 눈물의 의미를 알게 하심 이리
 
영혼의 무지개는
눈물 없이는 뜨지 않는다
 
안질과 함께 평생을 살았던 바울은
삼천층을 보았고
 
요한은 천상예배
그 황홀한 장관을 눈으로 보았다
 
지금은
구리거울처럼 희미하지만
붉은 커튼 걷히고
마음의 창 밝아 오는 새벽이 오면
 
아름다운 세상
청아한 가을 하늘 다시 보리라
 
오묘한 주님의 세계 사랑으로 이끄시는
그 분을 바라보리라
 
 
 
 
 
쿨러닝/김현호
 
열대 자메이카의 눈썰매 팀
눈이 없는 상하의 나라엔
어울리지 않는 봅슬레이드
 
꿈이 가는 곳엔
새 길이 나고
 
조롱과 야유
철벽같은 장애물도
앞을 막지 못 한다
 
낡은 봅슬레이드를 타고
올림픽에 참가하지만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썰매 날이 빠져나가
끝내 꿈을 이루진 못하지만
 
자메이카의 봅슬레이드팀은
꿈을 가진 젊은이 들이었다
 
가능한 것은 이미 꿈이 아니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 꿈일지니
 
꿈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나아진다는
자메이카 봅슬레이드팀의 구호
 
쿨러닝
멋지게 달리자
 
 
 
 
아름다운 영혼 / 김현호
 
우리의 육체는 영혼을 담는 아름다운 그릇이다
아름다운 영혼을 담는 위대한 토기장이의 걸작품이다
능력의 손길로 그분의 형상을 따라 빚어낸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병이다
향수 담은 병에서는 향기가 나고
참기름 병에선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난다
아름다운 영혼이 담긴 그릇에선
아름다운 영혼의 그윽한 향기가 진동한다
아카시아 향기보다 진하고 
장미향기 보다도 매혹적인 
아름다운 영혼의 향기
천리향의 진한향기 천리까지 퍼지고
아름다운 영혼의 향기 
천국까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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