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암산의 춘몽 /애광 김현호
입춘이 지났건만 동장군은
아직 퇴각하지 않았다
세찬 바람이 산을 넘으려다
숲에 가로막히자 바람은
나무의 멱살을 거머쥐고
윙윙 소리를 내며 울부짖었다
바람은 결국 산등성이를 넘지 못했다
아지랑이 피어나고
나무마다 물오르는 포근한 봄이 오면
동장군은 줄행랑을 치겠지
그날이 오면
나비는 가녀린 날개를 펴고
양춘가절 따스운 하늘을 유영할 것이다
나비의 세미한 날갯짓
그 바람은 험산 준령이라도 능히 넘으리라
가쁜 숨 몰아쉬며 산마루에 오르니
올벼 쌀 기르는 웅치 들녘
일림산 너머 득량만이 눈에 든다
산 위에서 알싸한 사이다 맛 하늘을 마신다
햐아~ 이 맛에 산에 오르는 갑다
눈을 들어 푸른 하늘을 본다
뜬구름은 유유히 흘러가고
제암은 미동도 없다
이런 바위 같으니라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간간이 쌓인 눈길 더듬더듬 내려오니
어느새 현실이다
꿈이 없는 백성은 망한다 했다
이룰 날 기다리며 가슴속에 사는 꿈
꿈은 뭇사람의 삶을 추동하는 힘이요 희망이다
금수는 꿈꾸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사람은 꿈을 먹고 살아야 한다
월남 스키부대 이야기 같은
일장춘몽이라도 좋다
꿈꾸라
그리하면 이루리라.
2015. 2. 8.
*제암산 해발 807m)
*제암산자연휴양림 : 전남 보성군 웅치면 대산길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