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

낙서

참빛사랑 2015. 7. 1. 10:21


낙서 /애광 김현호


전화기 건너 당황한 어머니의 목소리

"아야. 그 그, 머시냐~"

나는 순간 연로하신 아버지가 쓰러지시기라도 했나 가슴이 철렁했다

어머니 무슨 일이 세요?

"메르스 무섭다. 배깠에 사람 많은데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거라.

니 아그덜 한테도 전화해서 조심하라고 일러라 이~"

예 어머니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겁에 질린 목소리로 거듭 당부하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며칠 후 또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자녀 손들 걱정에 전화하신 어머니께 차마 격리 중이라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낙타고기 낙타유 먹지 말라 더라. 손 자주 씻고 잉." 

예 어머니 낙타고기 낙타유 우리나라엔 없데요. 걱정마세요.


예방을 위한 세세한 지침을 내리신 어머니의 전화와

날마다 상태를 묻는 보건소 직원의 관리 하에 나의 가택연금은 

"일반접촉자 가택조치를 오늘 이 시간 이후로 해제합니다. 자유롭게 다니셔도 됩니다."

보건소에서 온 문자를 받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갇혀있던 난 비로소 자유를 허락받았다


메르스는 온 백성을 겁박하고

수많은 피해자에게 수인 번호 같은 딱지를 붙였다

골든타임은 세월처럼 흘러가고

낙타를 탄 메르스는 구멍 난 그물망을 유유히 빠져나와 

삼십오 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 갔다


이내 메르스는 방송에서 사라지고

하루 두 번 바닷물이 여전히 들고 나 듯 

공포에 떨던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난 이제 자유다 자유로운 발길 재촉하여

지척에 있는 바다에 가보리라 썰물 진 바닷가

모래 위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써 보리라

아몰랑시(我沒踉視) 

각자도생(各自圖生)


2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