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애광 김현호
전화기 건너 당황한 어머니의 목소리
"아야. 그 그, 머시냐~"
나는 순간 연로하신 아버지가 쓰러지시기라도 했나 가슴이 철렁했다
어머니 무슨 일이 세요?
"메르스 무섭다. 배깠에 사람 많은데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거라.
니 아그덜 한테도 전화해서 조심하라고 일러라 이~"
예 어머니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겁에 질린 목소리로 거듭 당부하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며칠 후 또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자녀 손들 걱정에 전화하신 어머니께 차마 격리 중이라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낙타고기 낙타유 먹지 말라 더라. 손 자주 씻고 잉."
예 어머니 낙타고기 낙타유 우리나라엔 없데요. 걱정마세요.
예방을 위한 세세한 지침을 내리신 어머니의 전화와
날마다 상태를 묻는 보건소 직원의 관리 하에 나의 가택연금은
"일반접촉자 가택조치를 오늘 이 시간 이후로 해제합니다. 자유롭게 다니셔도 됩니다."
보건소에서 온 문자를 받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갇혀있던 난 비로소 자유를 허락받았다
메르스는 온 백성을 겁박하고
수많은 피해자에게 수인 번호 같은 딱지를 붙였다
골든타임은 세월처럼 흘러가고
낙타를 탄 메르스는 구멍 난 그물망을 유유히 빠져나와
삼십오 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 갔다
이내 메르스는 방송에서 사라지고
하루 두 번 바닷물이 여전히 들고 나 듯
공포에 떨던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난 이제 자유다 자유로운 발길 재촉하여
지척에 있는 바다에 가보리라 썰물 진 바닷가
모래 위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써 보리라
아몰랑시(我沒踉視)
각자도생(各自圖生)
2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