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

비나이다

참빛사랑 2016. 9. 9. 20:12



비나이다 / 애광 김현호




여름 내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하늘 

논밭의 곡식 죽어 간대도

눈 하나 끔쩍하지 않았다


가을 문턱 넘던 하늘

마침내 하늘이 울었다

하늘이 울던 날 

꽃들도 같이 울었다


찔끔 흘린 눈물에

생기 얻은 꽃들은

꿀단지에 부지런히 

꿀을 모았다


나비는 배고픈 나비는

젖어가는 날개 저으며

눈물 젖은 밥을 먹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나비가 비나이다


때때로 우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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