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부지

참빛사랑 2017. 6. 29. 09:29

 

아부지/애광 김현호

 

늑 아부지 치맹갑서야

맨 시글시글 잠만 잔단 말다

그전에는 안 그랬는디 뭣이든지 잘 잡수고

화장실 갔다가 하도 안 나와서 가보먼

수도꼭지 물 철철 틀어놓고

옷 젖는지도 모르고

얘덜 맹키로 물장난하고 있어야

뭐하요 그라먼 청소해 그람시롱

 

옛날 같으먼 내가 조깐 머시락하먼

야단이꺼신디 시방은 글 안 항께

쓰것다

사람덜이 늑 아부지 좋은 치매라고

그란단 말다

질로 나 잠잘 때 먼 일통낼깜세

내가 잠을 지대로 못 잔단 말다

 

나는 어머니의 그 말씀에

그래롸이 엄니가 고생하시요 하면서도

속으론 암시랑토 않구마 그라시요 한다

 

찾아뵐 때마다

나를 몰라본 적이 없었다

지난 생신 무렵엔

갓 걸음마 시작한 증외손녀 안고

알아보시고 기뻐하셨거든

 

팔팔하신 우리 아부지

오래오래 강건하세요.